시간을 돈주고 산 기분입니다.그동안은 드레텍 타이머를 들고다니며 120분을 맞춰두고 한 과목씩 공부하곤 했습니다.평소에 공부할 때 타이머를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는데 고3이 되어 분위기 따라 타이머를 사용하기 시작한 탓인지공부한 시간을 기록할 때나 시간을 맞춰두고 공부 할 때나 빠르게 흘러가는 밀리초를 볼 때면 이따금씩 집중이 잘 안 되고 숫자로 된 시간만 흘려보내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그 탓에 스터디에 가서 친구들에게 공부한 시간을 적은 플래너를 보여줄 때는 저만큼 공부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에 부끄럽기도 했습니다.시간을 재야하는데 시계가 거슬리면 디지털 타이머 말고 비주얼 타이머를 알아보라는 주변 선생님의 추천에 제품을 검색해보다 우연히 시침도 분침도 초침도 비주얼 타이머라면 있어야할 시간을 맞추는 다이얼 마저도 없는 그냥 하얀 마이니를 보게 됐습니다.제품 서론을 슥슥 읽어올렸고, 사진도 이리 저리 둘러보고 나서는집중할 시간과 집중한 시간에 대해서 숫자나 째깍거리는 침으로 알려주지 않고 지정된 시간 중에 얼만큼 해결했는지, 얼마나 더 해결해야하는지에 대해서만 시각적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콘셉트에 이끌려별 고민 없이 제품을 구매했습니다.마이니를 수령하고 하루 이틀 정도 공부했는데,나한테 없던 시간을 돈주고 더 사온 기분이 듭니다.분명 같은 시간 같은 과목을 공부했지만 더 많은 페이지를 완성했고, 더 좋은 성적을 채점할 수 있었습니다.그저 단순히 새로운 제품에 대한 설렘으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라는 걸플래너에 공부한 시간을 기록할 때 느꼈습니다.같이 공부를 하던 스터디 3명 중 하나는 메이저 의대를 갔고, 또 하나는 메이저 간호대를 갔고, 나머지 하나는 접니다.올해는 그냥저냥 원하는 대학 아래로만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의 질타와 부모님의 실망한 눈빛을 한몸에 받고 자동 재수를 하게 됐습니다.마이니를 결제한 날 저녁 스터디와 새벽 1시에 술을 마시며 “내가 의사할 거고 쟤가 간호사할 거니까 니가 약사하면 되겠네”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마이니랑 같이 21학년도 가나다군 다 합격해오겠습니다.오늘같이 내일도 모레도 남은 300일 다 완성해서 망할놈들이랑 같이 병원하나 차리겠습니다.좋은 제품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